Reading Log/SF & Fantasy2018. 2. 4. 17:33

나오미 노빅의 '테메레르' 시리즈를 읽다가 지쳐서 결국 포기했는데, 테메레르가 뭔가 몸에 잘 맞지 않는 옷과 같은 느낌이었다면 얼마 전에 완독한 신작 '업루티드'는 그야말로 작가의 몸에 찰떡같이 딱 맞는 느낌이다. 마녀와 마법사가 등장하는 판타지인데, 전작보다 캐릭터가 생생하고 세계관과 마법 설정이 꽤 참신하다.


'업루티드(Uprooted)'의 사전적인 의미는 뿌리가 뽑혔다는 뜻이다. 이 소설의 초반 배경이 되는 시골 마을은 사악한 숲(Wood: 책에서는 그대로 우드라고 번역됨)의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이 마을에 뿌리를 박고 태어난 주인공이 절대 뿌리를 내릴 생각이 없는 마법사를 만나서 모험을 펼치게 된다. 악의 근원이자 알고 보니 사연 있는 악역 역시 뿌리를 뽑힌 존재이기 때문에 업루티드는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함축적인 이름이다.


이 소설은 크게 3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주인공 니에슈카가 드래곤의 탑에서 마법사 살칸과 충돌하며 마법을 배우고 친구 카시아의 사고를 계기로 수도로 떠나 정식으로 마녀가 된 후 탑으로 돌아와 우드의 진실을 파헤친다. 종이책 기준으로 676장의 장편이지만 균형을 잘 잡아서 밀도감 있게 진행된다.


소설 첫 부분에 드래곤이라는 호칭이 자꾸 나와 잠깐 낚였지만 용은 전혀 등장하지 않고 마법사의 이명(異名)일 뿐이었다. 이 세계관에서 마녀와 마법사는 나이를 먹지 않는 존재이며 마법사 명단에 이름이 오를 때 마법의 언어로 새 이름을 부여받는다. 


사고뭉치이지만 강단 있는 니에슈카가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여러 모로 즐겁게 읽었지만 딱 하나 아쉬운 것은 교정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오타가 눈에 많이 띄고 심지어 문장 뒷부분이 통째로 날아간 경우도 있었다. 종이책도 오타가 심하다고 하니 책이 좀 급하게 나온 게 아닌가 싶다.


올 여름에 나오미 노빅의 신작이 하나 더 나온다고 해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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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Finr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