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전에 잠깐 읽으려다가 코가 꿰여 7시까지 내리 읽었다.


줄거리를 한 줄 요약하면 '핵폭탄을 둘러싼 막장 드라마'.


작은 복선도 잊지 않고 나중에 알뜰히 활용하는 치밀한 플롯과 담담하고 유머러스한 문체가 매력적이다. 결말이 완벽하고 에필로그는 무릎을 치게 한다. 남아프리카 출신 문맹 소녀의 모험을 따라 잡으며 촌철살인으로 묘사되는 수십 년에 걸친 국제 정세가 큰 재미를 준다. 


주입식 묘사 없이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잘 드러내는데, 예를 들어 초반에 등장하는 조연의 경우 다 큰 성인이고 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고용해 준 경호원을 대동해 흑인 거주 구역에 간다는 묘사에서 어떤 성격의 인물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아주 사소한 조연이라도 살아 숨쉬는 캐릭터로 탈바꿈하는 묘사가 마음에 든다. 번역 또한 매우 찰지다.


요나스 요나손의 책은 처음 읽어보는데, 리뷰를 훑어 보니 첫 번째 작품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더 낫다는 평이 많아 이 책도 조만간 읽어볼 계획이다.


Posted by Finr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