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 읽혀서 시간 때우기에 좋은 책. 번역이 상당히 괜찮아서 역자의 이름을 기억해 두기로 했다.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기업 회장의 비서가 우연히 눈 먼 경비를 유용하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 때문에 경비 조작 범죄의 규모가 점점 커져 비영리 조직을 창설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애초에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쓴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드는 소설인데 아니나 다를까 스위스 아미 맨(Swiss Army Man)의 제작자가 작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전형적인 캐릭터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일단 영화화되면 기본적인 재미는 보장할 듯.
아마존과 굿리즈에 등록된 다른 리뷰를 보면 캐릭터의 전형성에 대한 불만이 간간히 터져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웬디 챈이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퀸즈대 전액장학생 출신의 천재 프로그래머. 검은색 아이라인, 검은색 군화, 체인을 휘감고 다니는 독특한 스타일이 특징. 말이 거의 없는 타입. 말보로와 버드와이저 성애자. 학자금 대출 없음'이라는 캐릭터 소개를 봐도 그렇고 '뱅 스타일로 자른 앞머리는 주기적으로 염색해서 핫핑크색 뿔 두 개를 만들었다'는 대목에서 미드의 수많은 동양인 여성 캐릭터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 헛웃음이 나왔다.
읽는 내내 대규모로 유용한 자금을 은행 계좌를 통해 주고받으면서 IRS에게 걸리지 않는다는 게 가능한 일인지 고민해야 했다.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한없이 가볍고 결말은 허황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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