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king Notes2015. 5. 4. 14:02


조지아 주는 복숭아가 상징일 정도로 맛있는 복숭아의 산지로 유명한데, 조지아 주의 서쪽에 있는 앨라배마 주 역시 복숭아가 맛있으며 조지아의 복숭아 따위는 따라올 수 없다며 자부심을 보이는 앨라배마 사람을 흔히 만날 수 있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앨라배마 사람 앞에서 캘리포니아와 앨라배마의 복숭아를 비교하며 캘리포니아의 손을 든다면 유혈 사태가 벌어질 수도. 맛없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캘리포니아 복숭아와 비교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모욕감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맛있는 앨라배마의 복숭아를 최적의 조건에서 먹으려면 출하 시기와 날씨를 잘 맞춰야 하는데 작년에 운 좋게 파머스마켓에서 가장 좋은 상태의 복숭아를 구할 수 있었다. 겉은 약간 단단하다 싶었지만 껍질을 벗겨보면 안은 부드럽고 달콤하며 가만히 들고 냄새만 맡고 있어도 황홀해질 정도로 완벽한 복숭아였다. 입에서 사르르 녹는 맛도 일품이었는데 섬세한 단맛 때문에 먹는 내내 계속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알 수 없는 자존심 때문에 과일은 한국 과일이 최고라며 '과일 국수주의'를 고수하고 있었지만 이날 최고의 복숭아를 접한 후 생각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사설이 길어졌는데, 이렇게 맛있는 복숭아의 산지에 살면서도 굳이 병조림 복숭아를 샀다가 유통기한이 다 되도록 먹지 않은 '어떤 분' 덕분에 재고 처리를 위해 복숭아 머핀을 만들어 봤다.



실험 정신을 발휘해 두 종료의 레시피를 사용했는데, 첫 번째(레시피 1)는 병조림 시럽과 통과육을 사용한 레시피이고 두 번째(레시피 2)는 다진 과육을 사용한 레시피이다. 약간의 비율 차이가 있어서 비율을 먼저 정리해 본다.



우선 전통적인 머핀(퀵브레드 유형)의 비율은 다음과 같다.
밀가루 2 : 액체(우유 또는 크림) 2 : 달걀 1 : 지방 1 (설탕은 들어가지 않음)

일반적인 컵케이크의 비율은 다음과 같다.
밀가루 1 : 달걀 1 : 버터 1 : 설탕 1

출처: http://cooking.stackexchange.com/questions/5302/how-to-create-a-muffin-recipe
원출처: "Ratio: The Simple Codes Behind the Craft of Everyday Cooking" by Michael Ruhlman 



다음은 내가 사용한 레시피의 비율이다.

레시피 1 (병조림 시럽과 통과육을 사용한 레시피)
밀가루 2.4 : 액체 1.6 : 달걀 1 : 지방 1.2 : 설탕 0.8

레시피 2 (다진 과육을 사용한 레시피)
밀가루 1.9 : 액체 1.2 : 달걀 1 : 지방 0.75 : 설탕 0.8

베이킹파우더와 소금 양은 동일하다. 둘 다 전통적인 머핀 비율에서 약간 벗어나 있고 비율이 서로 다른데, 구웠을 때 질감은 레시피 2가 더 촉촉한 편이다. 원래 레시피는 둘 다 식물성 기름을 사용하는 레시피이지만 버터를 선호하는 편이기 때문에 액체화한 버터로 변경하고 비율을 조금 수정했다. 참고로 버터와 오일을 서로 바꿔서 사용할 때 비율은 '버터 5 : 오일 4' 정도가 적절하다고 한다. 단, 액체화 상태일 때 기준이며 버터를 크림화하는 레시피에는 이 비율을 적용할 수 없다. 이 비율에 따르자면 레시피 1은 버터를 175g 사용해야 하는데, 120g만 사용해도 충분하다는 후기를 보고 120g만 사용했다.

또한 박력분 대신 중력분과 콘스타치(옥수수 전분)를 섞어서 사용했는데, 이 경우 '중력분 85 : 콘스타치 15' 비율을 사용하고 5번 이상 체에 내려 잘 섞어주면 된다. 미국의 경우 박력분('cake flour'라는 이름으로 판매) 가격이 비싼 편이고 간혹 구비되어 있지 않은 곳도 있기 때문에 이 비율을 알아두면 여러모로 유용하다.



■ 레시피 1 (병조림 시럽과 통과육을 사용한 레시피)

참고한 레시피
http://board.miznet.daum.net/recipeid/29243

재료
박력분 240g (또는 중력분 204g + 콘스타치 36g)
베이킹파우더 6g
소금 3g
달걀 2개 (약 100g)
설탕 80
버터 120g (식물성 기름 140ml로 대체 가능)
우유 100g
복숭아 병조림 시럽 60g
복숭아 조각 12개

반죽 순서
1. 가루류(밀가루, 베이킹파우더, 소금)를 여러 번 체에 쳐 준비
2. 액체류(우유, 달걀, 복숭아 병조림 시럽)와 설탕을 거품기로 섞어 설탕을 녹임
3. 버터를 전자렌지에 30초 돌린 후 10초씩 추가해 액체화하여 달걀 반죽에 조금씩 넣으며 섞음
4. 밀가루를 반죽에 넣고 거품기로 벽을 훑으며 살살 섞어 날가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매끈하게 섞음




베이킹 순서
1. 180℃(356℉)로 오븐 예열
2. 머핀틀에 머핀용 유산지를 끼우고 반죽을 80% 정도까지만 채움
3. 복숭아 조각 1개를 얹음
4. 팬을 이중으로 깔고 25~30분 정도 굽기




메모
- 바닐라에센스를 사용하는 대신 설탕을 바닐라설탕으로 대체함.

- 사용 중인 오븐의 화력이 낮은 듯 해서 10도 더 올려 365℉에서 20분 구운 후 상태를 확인하고 3분씩 추가해 총 26분 구움.
- 위에 올린 복숭아 조각의 물기를 제거하지 않았더니 반죽과 닿은 부분이 살짝 질척하다. 키친타월 등으로 제거할 것.



■ 레시피 2 (다진 과육을 사용한 레시피)

참고한 레시피

http://www.missycoupons.com/zero/board.php#id=food&no=13814

재료
박력분 190g (또는 중력분 161g + 콘스타치 29g)
베이킹파우더 6g
소금 3g
달걀 2개 (약 100g)
설탕 80g
버터 75g (식물성 기름 60g으로 대체 가능)
우유 120g (생크림으로 대체 가능)
바닐라에센스 1티스푼
잘게 다진 복숭아 1컵

반죽 순서
1. 복숭아를 다진 후 물기가 제거되도록 체에 받침
2. 가루류(밀가루, 베이킹파우더, 소금)를 여러 번 체에 쳐 준비
3. 액체류(우유, 달걀, 바닐라에센스)와 설탕을 거품기로 섞어 설탕을 녹임
4. 버터를 전자렌지에 30초 돌린 후 10초씩 추가해 액체화하여 달걀 반죽에 조금씩 넣으며 섞음
5. 밀가루를 반죽에 넣고 거품기로 벽을 훑으며 살살 섞어 날가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매끈하게 섞음
6. 다진 복숭아를 섞음


베이킹 순서
1. 190℃(374℉)로 오븐 예열
2. 머핀틀에 머핀용 유산지를 끼우고 반죽을 80% 정도까지만 채움
3. 팬을 이중으로 깔고 20~25분 정도 굽기


메모

- 이 반죽도 설탕을 바닐라설탕으로 대체함.

- 역시 화력을 감안하여 10도 더 올린 385℉에서 20분 구운 후 5분 추가해 총 25분 구움.
- 복숭아를 잘 섞었다고 생각했는데 은근히 뭉쳐 있는 부분이 보인다. 열심히 섞어줄 것.




두 레시피 모두 12개 분량이며, 개당 칼로리는 레시피 1의 경우 195kcal, 레시피 2의 경우 161kcal이다.


개인적으로 손 들어주고 싶은 레시피는 2번 레시피이다. 주변인 3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1명을 제외하고는 2번에 손을 들었다.

이번 베이킹에는 큰 맘 먹고 케리골드(Kerrygold) 무염버터를 사용했다. 아일랜드 농민 조합에서 생산/수출하는 버터인데 가격을 생각하니 계량할 때 나도 모르게 조금 움찔했다.

복숭아 병조림은 코스트코 커클랜드 제품을 사용했고 머핀 2판을 만드는 데 1병 정도 필요하다. 캘리포니아산 복숭아라 아무래도 맛이 좀 별로다. 곧 다가올 복숭아철에 신선한 복숭아로 머핀을 구워볼까 하는 유혹을 잠시 느꼈는데 제철 복숭아는 그대로 먹는 게 가장 완벽하기 때문에 바로 생각을 접었다.




Posted by Finr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