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보긴 했지만 캐스팅이 정말 당황스러운 공연이었다. 공연이 시작되기 직전에 캐스팅이 변경될 거라는 안내가 나와서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보기는 했지만 설마 이런 식으로 배우 교체를 할 줄은 몰랐다.
1막 첫 장면에 등장한 찰리 프라이스는 옅은 갈색의 곱슬머리 배우였다. 아버지의 사망 후 런던을 찾은 찰리가 기타를 치는 해리라는 친구를 만나는데, 바로 다음 장면에서 해리역의 배우가 찰리역을 맡아 연기를 하기 시작한다. 둘이 비슷하게 생겼냐 하면 그것도 아닌 것이, 해리이자 두 번째 찰리인 에단 키르쉬바움(Ethan Kirschbaum)은 얼굴형이 전혀 다르고 머리카락이 직모에 가까운 짙은 갈색이고 매우 짧았다.
동행의 말에 의하면 2막에서 찰리역의 배우가 또 바뀌었다고 하는데, 2막의 배우는 1막의 배우와 얼굴이 비슷하지만 머리가 좀 더 길다고 한다. 둘 다 노래를 엄청 못하기는 매한가지라 나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어느 정도로 노래를 못하느냐 하면 독창 장면이 나올 때마다 카멜롯의 악몽이 떠올라 머리가 멍해질 정도였다.
이 공연을 살린 것은 순전히 롤라 역의 조스 뱅크스(Jos N. Banks), 로렌 역의 시드니 패트릭(Sydney Patrick)과 드랙퀸 군단이었다. 컨베이어 벨트, 복싱 경기, 패션쇼 장면이 특히 빼어났고 라운드걸이 나올 때는 객석이 완전 뒤집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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