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ing Log/Romance2018. 4. 18. 15:46

최근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다. 읽으면서 내 머리가 돌아버리는 것 같은 신기한 경험을 했다. 단편이라 끝까지 읽었지 장편이었다면 초반에 하차했을 수도.


제목인 '빙의 클리셰에 관하여'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은 로판의 빙의 클리셰를 비틀며 전개되지만 그 과정이 하나도 납득되지 않는다. 주인공인 김하늘은 고아 출신으로, 현대 미국과 판타지 세계가 반반 섞인 듯한 세계로 차원 이동을 해서 레비아에게 빙의한다. 전형적인 빙의 로판이라면 부와 미모를 손에 쥐고 약간의 고난을 거쳐 해피엔딩을 맞이하겠지만, 이 책에서는 가족이 빙의 사실을 깨달으면서 줄초상이 생기고 악마가 소환되는 등 암울한 사건이 연이어 일어난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라 좌절에 빠진 김하늘이 몇 년 전으로 회귀를 하는데, 원래 외모대로 회귀한 김하늘 A와 레비아에게 빙의한 김하늘 B가 맞대결을 펼친다. 그리고 그 와중에 남주 포지션으로 나오는 캐릭터의 정체가 밝혀지고... 무려 고아원 시절에 애지중지하던 토끼 인형이었다. 줄거리를 요약하면서도 대체 뭔 말인가 싶다.


초반 플롯이 흥미롭고 작가가 이것저것 구상을 많이 하고 쓴 것 같긴 한데, 문제는 그 구상을 글로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고 독자를 왕따시킨다는 거다. 중간중간 나오는 동양인 비하가 섞인 외모 콤플렉스 이야기도 괴롭고, 이래저래 읽는 내내 찝찝한 마음만 들었다.


교정 또한 엉망이다. "…레트로 신부님께서'도' 뭔가 <이상함>을 알아채신 건가요?" 같은 문장이 수두룩하게 나온다.


다 읽은 후에 내가 대체 뭘 읽은 건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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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Finr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