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원대 로설을 살 때마다 이번엔 또 어떤 지뢰가 있을까 싶어서 엄청 긴장되는데 이 책은 이 책은 기대보다 훨씬 괜찮아서 만족하면서 읽었다.
주인공인 39세의 '나'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평범하게 자란 후 직장생활을 하다가 오랫동안 사귄 평범한 남친 'K'와 결혼을 해 두 아이를 낳고 전업주부로 평범한 일상을 꾸려 나간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남편과의 사소한 다툼 끝에 이혼이이라는 단어가 언급되고 평범했던 일상이 뿌리부터 흔들린다.
사실 이 책은 로설이라기보다는 이혼 고민을 하는 30대 후반 여성이 거치는 이틀 동안의 심리 변화를 다룬 1인칭 소설에 가깝다. 감정 표현에 인색하고 묵묵함을 미덕으로 삼는 집안에서 자란 주인공과 나이 들어서도 일상적인 애정 표현을 하는 잉꼬 부부 밑에서 자란 남편은 애초부터 서로에 대한 기대 수준이 달랐다. 내가 널 사랑하니까 철옹성 같이 견고한 가정을 꾸리고 애 잘 키우면서 아침 6시마다 일어다 밥을 차려주는 게 아니냐는 항변에 자신은 사랑을 갈구한다며 자기를 좀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고 울먹이는 남편의 모습이 킬링포인트. 약간의 오해와 갈등을 거쳐 봉합되는 묘사가 좋았다. '첫 결혼은 누구나 실패한다'는 제목이 꽤 도발적인데, 본편의 마지막 장에서 그 이유가 나온다.
최근에 읽은 단편마다 19금이 난무하거나 막장 MSG 때문에 뒷맛이 안 좋았는데 이 책은 그런 느낌이 하나도 없어서 좋았다. 오래 사귄 연인이 있거나 결혼 연차가 좀 된 사람이라면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 대목이 많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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