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ing Log/Romance2017. 1. 5. 04:24

이 책을 읽은 후 여러가지로 복잡한 심정이 들었다.


문체는 첫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지 않아도 크게 문제될 부분이 없이 무난하다. 조아라 출신 작품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빼어날 정도. 전개도 다소 늘어지는 감이 있지만 적당한 지점에서 속도감을 올린다. 그러나 이 책의 가장 큰 문제는 극도의 수동성과 과다한 외전이다.


이 정도로 수동적인 주인공을 내세울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구태적인 로맨스 주인공의 행동 양식을 답습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입으로는 명석하며 진취적이지만 실제 행동은 항상 그 자리에 머무르고 편리한 시점에서 기절하거나 아프거나 공격을 받아 쓰러지는 전개는 이젠 좀 식상하지 않은가. 로맨스 소설의 주인공은 대체 언제 이러한 수동적인 여성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궁에는 개꽃이 산다'의 개리가 출간된 후 근 10년이 되도록 아직도 회자되며 꾸준한 인기를 얻는 이유와 '황제와 여기사'가 다듬어지지 않은 문장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만하다. 상황에 휘말리지 않고 억압하는 소설 내 장치를 깨부수고 스스로 쟁취하는 여주인공을 좀 더 많이 보고 싶다. 전개 역시 불만이 많은데, 남자 주인공에 대한 증오가 연민과 이해로 바뀌는 과정은 이해할 수 있으나 여기에서 다시 사랑으로 변모하는 과정은 너무 급작스러워 붕 뜬 느낌이다.


또한 본편에서 이른바 떡밥을 회수하지 못하고 외전에서 겨우 갈무리하는 것도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중구난방의 단편을 모은 외전을 굳이 별도의 책으로 묶어서 낼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 팬 서비스라기보다는 떡밥 회수의 차원인 듯 하다.


재독 의사를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하고 싶다. 이 작가의 차기작이 나온다면 읽어볼 생각은 있다.




덧: 공식 제목의 띄어쓰기가 '버림 받은 황비'인 이유를 모르겠다. '버림받은 황비'가 맞지 않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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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Finr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