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ing Log/SF & Fantasy2017.09.15 03:56

1977년에 출간된 별의 계승자는 일명 거인 시리즈에 속하는 SF 소설이다. 거인 시리즈는 2005년까지 총 5편이 출간되었으며 애초에는 3부작으로 기획되었다. 참고로 작가인 제임스 P. 호건은 지난 2010년에 작고했다. 최근에 2권까지 한글로 번역되는데 제발 3권까지는 무사히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달의 뒷면에서 발견된 시신을 둘러싸고 과학자들이 추리를 벌이는 내용으로, 번역가는 '학회 SF'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엎치락뒤치락하는 과학자들의 설전이 꽤 재미있다. 연대를 추정한 결과 무려 5만 년 전의 시신으로, 그 후 목성의 위성에서도 정체불명의 시신이 발견돼 이야기가 급전개된다. 지구 중력 포획설을 지지하는 달의 유래, 미지의 외계인,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 등 흥미로운 설정이 가미되어 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의 구성도 뛰어나다. 특히 마지막 장면이 내 취향에 딱 맞았다. 약 2억 4천만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동안 달에서 생존할 수 있는지 궁금했는데, 소설 내에서는 몇 개월 정도 걸린다고 해서 과알못이므로 작가를 신뢰하기로 했다.


약 40년 전에 나온 책이지만 크게 이질감을 주지는 않는다. 다만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동하는 장면, 회의 중에 줄담배를 피우는 장면 및 그나마 비중 있는 여성 캐릭터는 비서인 린 갈런드뿐이라는 점에서 시대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린의 경우 명석한 여성이지만 '갈색의 매끄러운 다리와 얇은 치마 아래로 당당하게 솟은 둔부'로 다른 과학자들의 눈요깃거리가 되는 장면도 등장한다.


이 책의 배경은 2028년이니 그리 머지않은 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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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Finrod

제인 오스틴의 마지막 작품인 설득은 로맨스 소설의 고전이기도 하다. 휴가 기간 내내 부지런히 읽고 취중에 잠시 후기를 남겨 본다.


주인공인 앤은 재정적 위기에 처했지만 여전히 상황 파악이 안 되는 속물적인 준남작 월터 엘리엇 경의 둘째 딸이다. 아름답고 기세등등한 첫째 딸 엘리자베스와 자신만 아는 이기적인 막내 딸 메리 사이에서 그녀는 사색적이고 온순한 성격 덕에 가족에게는 무시를, 주변인들에게서는 사랑을 받는다.


8년 전 사랑하는 사람과 약혼을 했지만 가족의 반대와 친애하는 레이디 러셀의 설득으로 파혼을 하고 마침내 그 사람과 재회해 펼쳐지는 이야기가 대부분의 줄거리이다. 제인 오스틴의 다른 작품과 동일하게 제목의 의미를 찾는 재미가 있다. 주변의 설득에 의해 사랑을 포기하고 8년 후, 그녀는 당시의 결정을 후회하지만 그런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던 상황 자체는 이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이번에는 다시 레이디 러셀에게 조언을 구하지 않고 -실은 몇 번 조언을 청하기 위해 만나려고 했지만 계속 불발된다.- 스스로의 결정으로 사랑을 쟁취한다. 설득에서 가장 백미인 부분은 웬트워스가 앤의 대화를 엿들으며 편지를 쓰다가 몰래 쥐어주는 장면과 마침내 앤이 그 편지의 내용을 확인하는 장면이다.


구체적으로 성격을 묘사하지 않고 대화를 통해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는 방식이 섬세하다. 특히 제독 부부에 대해 예의라고는 전혀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편지를 쓰던 메리가 제독의 호의를 받자마자 바로 편지 본문에 반영해 이보다 더 좋은 이웃은 없다며 가필하는 장면이 매우 재미있다. 권성징악적인 느낌의 에필로그도 마음에 든다.


직업병 탓에 이번에 시공사판을 읽으면서 계속 번역에 유의했는데 2부에서 특히 약간의 기복이 느껴진다. '그녀는 캠던 플레이스에 내려졌다', '그는 용서된 것만이 아니었다' 등의 문장을 예로 들 수 있겠다.


BBC 버전의 2007년작 영화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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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Finrod
Reading Log/etc.2017.09.06 13:51

언더우드 여사의 조선견문록(Fifteen Years Among the Top-knots, Or, Life in Korea)은 원서의 경우 저작권이 만료되어 무료로 읽을 수 있다.


바로 보기: https://archive.org/stream/fifteenyearsamon00undeiala#page/94/mode/2up

이북 다운로드: https://books.google.com/books/about/Fifteen_Years_Among_the_Top_knots_Or_Lif.html?id=G6gPAAAAYAAJ


읽던 중에 한글 번역본에서 가장 유명한 대목을 원문과 비교해 보았다.


대체로 조선 사람들은 어떤 잔치에 갔다 하면 그 자리에서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많은 음식을 먹어 치운다고 봐야한다(게다가 옷소매 속이나 손에 넣을 수 있을 만큼 가득 음식을 넣고 간다고 해도 하나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또 그들은 잔칫날 잔뜩 먹으려고 며칠 전부터 미리 굶기도 한다. 내 생각으로는, 대체로 그들은 질보다는 양을 훨씬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 선비가 방문했던 일본 사람들은 그렇지가 않았다. 그의 말이 믿을 만한 것이라면, 일본 사람들은 미적인 감각만을 고도로 계발시켰으되, 손님에게 손바닥만한 잔 몇 개와 근사한 접시들을 늘어놓고 음식이라고는 쥐꼬리만큼 내어놓는다. 그러니 이런 경우에, 잔칫날 먹을 음식들 곧 쌀밥이며, 국수며, 뜨거운 떡이며, 땅콩이며, 과일이며 바싹 구운 신선한 과자며, 매운 양념을 잔뜩 친 고기며, '김치' 따위를 기대하면서 굶고 있던 이 가련한 조선 사람은 참으로 비통해 할 수밖에 없다. 아, 잔칫날은 돌아왔건만, 현미경으로나 보일 찻잔 몇 개, 조선에서는 알지도 못하는 음식(그중엔 틀림없이 생선회가 있었을 것이다) 몇 점이 놓인 손바닥만한 접시 몇 개, 그리고 나머지는 이성과 영혼의 잔치였으니! 다음날 총명하기 이를 데 없는, 빼빼한 이 사람은 언더우드씨에게 서글픈 목소리로 조선 사람들은 점점 가난해지는데 일본 사람들은 어째서 잘 사는지 그 까닭은 이제야 알겠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 사람들은" 하더니 "하루에 백 원을 벌면 천 원어치를 먹습니다. 그런데 일본 사람들은 반대로 하루에 천 원을 벌어 백 원어치를 먹습니다"하고 말했다.


Now, when Koreans attend a feast, they expect to finish an incredible amount of food on the spot (nor is it altogether unusual, in addition, to carry away as much in their sleeves and hands as strength will permit). Sometimes they fast for several days previous in order to do full justice to the entertainment, and generally, I believe, quantity is considered of far more import than quality. Not so with the Japanese, among whom our teacher visited. If his word was to be believed, they had developed the æsthetic idea quite to the other extreme, and provided a few tiny cups and dishes of supposedly delicate and rare viands for their guests. So on this occasion to which I refer, it was almost pathetic, the poor Korean fasting to feast, with visions of quarts of rice and vermicelli soup, pounds of hot rice bread, nuts, fruits, fresh, dried and candied; meats with plenty of hot sauce, “kimchi,” or sauerkraut, etc., etc. Alack the day! A few microscopic cups of tea, a few tiny dishes of articles which knew not Korea (among them no doubt raw fish), and for the rest, a feast of reason and flow of soul. Next day, a wiser and a thinner man, he sadly told Mr. Underwood that he now understood why Japanese prospered, while Koreans grew poor. “Koreans,” said he, “earn a hundred cash a day and eat a thousand cash worth, while Japanese, on the contrary, earn a thousand cash a day and eat a hundred cash worth.”


'과일이며 바싹 구운 신선한 과자'는 '생과일, 건과일, 당과(달게 졸인 과일)'가 맞을 듯 하고, '총명하기 이를 데 없는, 빼빼한 이 사람'은 실은 일본인의 홀대(?)로 득도함과 동시에 전날보다 말랐다는 유머러스한 표현인데 번역이 다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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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Finr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