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ing Log/SF & Fantasy2017. 9. 24. 08:42

별의 계승자 2권은 1권이 출간된 이듬해인 1978년에 나왔다. 별의 계승자는 1권만 읽어도 문제없지만 2권을 읽었다면 반드시 3권도 읽어야 한다. 2권에서는 1권에서 회수되지 않은 떡밥(인류의 기원인 월인의 진짜 정체)이 밝혀지고, 3권에서는 가니메데인들의 행성으로 향한다. 1권과 마찬가지로 과학자들의 추리를 통해 진행되는데, 이런 방식 때문에 주인공의 캐릭터성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소설이다. 즉, 캐릭터에 대한 공감을 키울 여지가 많지 않다.


작가의 인류관이 매우 긍정적이다. 하나로 통합되어 전쟁 없이 오로지 인류의 발전만을 추구하는 인간들이라니, 생소하기 이를 데 없다. 가니메데인과 비교하며 폭력적이고 비논리적이며 불안정하다고 비판하는가 싶다가도 결국엔 인류가 가진 잠재력과 불굴의 의지를 찬양하는 자화자찬으로 끝난다.


프롤로그의 구성이 흥미로운데 1권의 프롤로그와 유사한 방식이라 이들의 정체를 추리하는 재미가 있다. 에필로그는 달콤쌉쌀하다. '친절한 거인들'이 떠나는 장면은 어쩐지 찰스 셰필드(Charles Sheffield)의 '우리도 그들처럼(That Strain Again)'을 연상시킨다.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조락과 고도로 발달한 유전공학도 흥미로운 소재.


1권과 마찬가지로 여성 캐릭터는 공기 분량에 가깝다. 쉴로힌이라는 여성 과학자가 비중있게 나오지만 가니메데인이고, 지구인 여성 2명은 주인공의 남성성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역할만을 한다. 의사인 셜리는 주인공의 하룻밤 상대로 한 문단만 언급되고, 협력국 직원인 이본은 주인공의 픽업아티스트스러운 농담에 넘어가 짧은 기간 관계를 가진 후 바로 퇴장한다. 담배에 대한 이야기도 TPO를 가리지 않고 여전히 많이 언급되어 궁금해서 세어 보니 총 29회다. 작가가 애연가였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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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Finrod
Reading Log/Romance2017. 9. 23. 14:22

로맨스 소설에 BL 요소를 끼얹는 작가들은 대체 왜 그러는 걸까? 동양 시대물 스타일의 로맨스 소설이라 설마 BL 요소가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지뢰를 밟은 기분이다.


이 책의 남조가 어린 시절부터 동성에게 성적으로 착취를 당했다고 나오는데, 중간중간 그와 관련된 암시, 구강 성교 강요 장면, 성행위 암시 장면이 나온다. 그러다가 갑자기 여주에게 꽂혀서 질투로 흑화하는 장면까지 나와 너무 불쌍하고 소모적인 캐릭터다 싶었다. 이 조연의 상대역을 맡은 악역의 독백도 완전히 BL의 그것이다.


"그의 몸이 긴장하는 것이 느껴진다. 어린 시절에는 달랐다. 그때의 제월은 어린 천사와 같았다.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눈으로 그를 보던 때가 있었다. 그걸 더럽히고 깨트려 버린 건 그였다. 너나 나나 연정의 보답을 받기는 틀린 것을."


수위 높기로 유명한 나인 출간작이지만 나름 스토리라인이 있다. 하지만 이런 BL 요소 때문에 집중이 안 되고 강압적인 성관계 묘사가 너무 많아서 정말이지 취향에 맞지 않는다. 초중반까지는 전개가 괜찮았지만 결말이 너무 급하게 마무리되고 자식 캐릭터가 나오는 에필로그도 완전 별로. 그리고 느낌표 사용이 너무 잦아 읽는 내내 누가 내 귀에 대고 소리를 지르는 기분이었다.


쉬는 날 머리를 식히기 위해 읽다가 기분만 잡치고 말았다.


Posted by Finrod
Reading Log/SF & Fantasy2017. 9. 15. 03:56

1977년에 출간된 별의 계승자는 일명 거인 시리즈에 속하는 SF 소설이다. 거인 시리즈는 2005년까지 총 5편이 출간되었으며 애초에는 3부작으로 기획되었다. 참고로 작가인 제임스 P. 호건은 지난 2010년에 작고했다. 최근에 2권까지 한글로 번역되는데 제발 3권까지는 무사히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달의 뒷면에서 발견된 시신을 둘러싸고 과학자들이 추리를 벌이는 내용으로, 번역가는 '학회 SF'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엎치락뒤치락하는 과학자들의 설전이 꽤 재미있다. 연대를 추정한 결과 무려 5만 년 전의 시신으로, 그 후 목성의 위성에서도 정체불명의 시신이 발견돼 이야기가 급전개된다. 지구 중력 포획설을 지지하는 달의 유래, 미지의 외계인,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 등 흥미로운 설정이 가미되어 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의 구성도 뛰어나다. 특히 마지막 장면이 내 취향에 딱 맞았다. 약 2억 4천만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동안 달에서 생존할 수 있는지 궁금했는데, 소설 내에서는 몇 개월 정도 걸린다고 해서 과알못이므로 작가를 신뢰하기로 했다.


약 40년 전에 나온 책이지만 크게 이질감을 주지는 않는다. 다만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동하는 장면, 회의 중에 줄담배를 피우는 장면 및 그나마 비중 있는 여성 캐릭터는 비서인 린 갈런드뿐이라는 점에서 시대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린의 경우 명석한 여성이지만 '갈색의 매끄러운 다리와 얇은 치마 아래로 당당하게 솟은 둔부'로 다른 과학자들의 눈요깃거리가 되는 장면도 등장한다.


이 책의 배경은 2028년이니 그리 머지않은 미래이다.


Posted by Finr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