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고르의 결혼식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흥미로운 가십이 거론된다. 레네이 보르브레튼(Rene Vorbretten) 백작이 인공 자궁 수정을 앞두고 부인과 유전자 스캐닝을 하는데 놀랍게도 유전자의 1/8이 겜 귀족... 조사 결과 세타간다 점령기에 레네이의 증조할머니가 부역자로서 겜 귀족과 관계를 가진 것으로 짐작된다고 한다. 사실 동물(말)도 백작을 한 역사가 있기 때문에 선대 백작과 직접적인 혈연 관계가 없어도 문제될 것은 없지만 먼 친척인 시거 보르브레튼(Sigur Vorbretten)이 백작 자리는 자신이 물려받는 게 타당하다며 소송을 걸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결혼식 과정에 포함된 백작들의 승인 절차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그레고리가 마일즈에게 중재를 요청한다. 


예카테린과의 결혼식 장소를 상상하며 김치국을 마시던 마일즈는 구애자들에게 둘러싸인 그녀를 발견하고 당혹감을 느낀다. 아마도 이반의 수작으로 제국 작전부 내에 소문이 퍼진 듯.

바일리 보르루티어(Byerly Vorrutyer): 보수파에 속하며 뭔가 소름끼치는 변태 느낌. 군복무 경험이 없다고 한다.

알렉시 보르만크리프(Alexi Vormoncrief) 소위: 역시 보수파에 속하며 바일리보다는 멀쩡해 보인다.

자모리(Zamori) 소령: 구애자 중 유일하게 보르가 아니다. 니콜라이의 관심을 끌려고 노력한 것으로 봐서 똑똑한 듯.


마일즈가 우연히 이반과 보르코시건가의 사이가 좋지 않았더라면 보수파의 귀중한 자산이 되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하는 바일리와 알렉시의 대화를 엿듣게 된다. 이반이 고의적으로 멍청함을 뿜어내는 성격이 된 것도 무리는 아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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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끝에서 이반은 강요에 의한 맹세는 진정한 맹세가 아니라며 '저 난쟁이놈'에게 대항해 정의를 실현하겠다고 모종의 결심을 내린다.


2장은 카린 쿠델카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코델리아의 후원을 받아 1년 동안 베타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바라야로 돌아온 카린은 터미널에 도착하는 즉시 베타식 귀걸이를 숨긴다. 3권 '전사 견습'에서도 언급된 이 귀걸이는 베타인의 합리성과 실용성을 보여주는 장치로, 다양한 모양을 통해 연애 상태와 성적 취향을 간편하게 밝히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다. 베타에서 학업을 계속하고 싶다는 카린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쿠델카 집안의 경제 사정이 그리 좋지 않아 다시 베타로 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베타에서 심리 치료 중인 마크의 상태가 잠시 언급되는데 다행히 고문으로 인한 심리적 성불구는 어느 정도 극복한 듯 하고 다른 인격들과도 나름 조화를 이루고 지내는 듯 하다.


한편 결혼을 앞둔 그레고르와 라이자가 인공 자궁을 사용하겠다며 자신들의 자녀 계획을 밝힌다. 알고 보니 카린 역시 인공 자궁에서 태어났다. 보르코시건 가문의 불행한 사건을 계기로 바라야에 인공 자궁이 소개된 후 일반인 중에서는 쿠델카 부부가 가장 먼저 시도해 봤다고. 4명의 딸 중 마지막 2명은 인공 자궁을 통해 태어났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산간 벽지와 극히 보수적인 집안을 제외하고는 널리 전파된 상태인데 황제 부부가 공식적으로 사용하면 보급률이 급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하 기술 만세!


Posted by Finrod
Reading Log/Romance2017. 1. 30. 09:41

차원이동물의 시대가 가고 회귀물의 시대가 온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유행이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도입부가 영 아니라서 읽을까 말까 고민했다. 구항덕으로서 콩코드가 등장한 순간 동공 지진이... 그 후로는 진행이 괜찮길래 계속 읽었는데 문장 기복이 너무 심하다. 여러 작가의 공동 작품인가 싶어서 작가 정보를 다시 확인했을 정도였다. 읽기 괴로워서 멈출까 싶다가도 전개가 괜찮아져서 읽다 보면 다시 지뢰밭이 나오고 고난의 연속이었다. 이 책 덕분에 항마력이 늘었다.


특히 초반은 '버림 받은 황비'나 '군주의 여인'과 설정이 겹치는 부분이 많은데, 유행하는 소재와 클리셰로 범벅한 소설이지만 전개는 영리했다. 길고 지루해서 문제지.


문장의 전반적인 느낌이 로맨스 작가 출신이 아닌 듯? 애정 표현이나 감정선 등의 묘사가 좀 범상치 않다. 로맨스 소설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보면서 설레기는 커녕 지랄한다 소리가 나올 정도니... 모솔 내지는 남자가 쓴 글인가? 어떤 의미에선 본업이 다른 장르인데 회귀물 로판이 흥한다니 잠시 외도한 그런 느낌도 준다. 과도한 나이팅게일 모티브와 너무 강한 먼치킨도 작품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소.


유럽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작명 및 배경 설정이 상당히 게으르고 성의 없다. 예를 들어 영어를 사용하는 브리티아 제국의 수도는 '런던(London)'에서 따온 '론도(Londo)'인데 제국 황제의 성은 로마노프... 이건 뭐하자는 걸까? '미하일(Mikhail)'의 애칭이 '미샤(Misha)'가 아닌 '밀(Mil)'이라는 대목에서도 실소가 나왔다. 사실 충분한 조사 없이 한국식으로 애칭을 정하는 조아라발 소설이 한두 개가 아니긴 하지만...


시간이 죽일 필요가 있는 사람에게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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